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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penwolf

음악을 듣는 사람들

by Amadeus 2008. 10. 22.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말이지만, 내게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회적이기 때문에, 그 본질을 찾기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역사와 사회가 만들어낸 수많은 관습과 모랄, 기타 등등.. 이 모든 허울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인간과 인간이 벗은 모습으로 마주 대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혹은...어쩌면 그런 사람과 마주 앉아 함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을까...

지식이란 정말 쓰잘 데 없는 것이다. 사랑과 함께 하지 않으면...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로 쓰잘 데 없는 것이다. 사랑과 함께 하지 않으면, 가장 곁에 있는 사람과 인간으로서 함께 공유하는 공감의 끈으로 이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이 사랑과 따뜻함과 힘을 줄 수 없는 것이라면...

진정 중요한 것은, 혹은...음악이 진정 의미있는 무엇이 라면... 그 이유는 음악을 통해 곁에 있는 사람을 더욱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고, 힘을 줄 수 있고, 또한 자신도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의 가장 작은 슬픔과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가, 그 작은 무엇을 위해 자신의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가, 그로 인해 자신의 작은 가슴이 설레임으로 벅차 오르는 것을 느끼는가...이것이야말로 어떤 사람이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는가 하는 데 대한 척도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한마디로 개똥이다. 혹은...늑대 똥이다.

가을이다.
창문 옆 담장의 담쟁이 덩쿨 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처럼 들리는 계절이다. 하고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처럼 사람도 자신의 옷을 벗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들 한다. 어떤 옷을 벗어야 할까...

옷을 벗은 채로...겨우내 참고 견뎌야 할 추위란 내겐 진정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담쟁이 덩쿨 잎이 떨어지듯, 이 가을엔 내게 비틀어진 낙옆처럼 붙어 있는 미움의 잎새 몇이 떨어져 나갔으면 한다. 몇 푼 안되는 천박한 지식을 치장하여 여린 영혼들에게 아픔을 주는 추한 인격들, 이제 떠났으면,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한다. 이처럼, 어떤 것은 그냥 떨어져 주었으면 한다. 모든 것을 사랑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인 듯 하다. 영어에서 한가지 좋은 점은 Hatred와 Indignation을 구분한 다는 점일 것이다. 그로써 하나의 자위를 구해본다.

술을 마시고 쓴 글은 그렇게 이해되리라는 소박한 바램을 가져본다. 어떤 사람(같이 생긴?)들은 그 속에 선 날 푸른 칼날을 느껴 보기도 함께 소망한다. 세상에는 하기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다.

199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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