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eppenwolf

유치환의 깃발, 미뇽, 그리고 음악

by Amadeus 2008. 10. 22.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

길을 걸으면서, 운전을 하면서, 차를 마시면서 나는 항상 생각한다.
무엇이 이 깃발을 이리도 흩날리는가?
이 깃발이 숙명처럼 안고 있는 노스탤지어는 도대체 어디를 향한 것인가?

동경(Sehnsucht)을 아시는 이만이
내가 아파하는 바를 알지니
나를 알고 사랑하는 이는
먼 곳에 있다.
모든 즐거움으로부터 소외되어 나는
먼 데 하늘을 바라본다.
.....
 
아마도 윗 시는 기억력의 한계로 인해 약간 변형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여간..
아주 어릴 때 길을 잃었다가 집을 찾아주겠다는 어른들에 의해 납치가 되어 곡마단에 팔려간 어린 소녀 미뇽이 바라보는 먼 하늘은 도대체 어느쪽인가? 그녀를 알 수 있게 하는 동경이란 도대체 어디를 향한 동경인가? 물론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읽으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남부 이태리의 어느 곳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괴테는 그런 현실적, 피상적인 연결에 머물지 않는 다는 사실도 그를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동경은 미뇽만 가진 것이 아니요, 의식을 하건 안하건 간에 먼 곳을바라보는 사람이 미뇽뿐만은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깃발만 나부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도 함께 나부낀다는 것과 함께..

볼테르가 쓴 '선량한 브라아만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한 구절이 함께 연상된다. "나도 그 할머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바람 불어오는 곳이 어딘지, 이 바람은 도대체 왜 부는 것인지, 왜 나는 나부껴야 하는지, 도대체 어디로 불어가는지, 하늘 저편에는 도대체 무엇이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왜 이리도 슬퍼야 하는 지를 알고싶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해왔다.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혹자는 말로, 혹은 글로, 그리고, 그 모든 인간의 언어가 힘없이 쓰러지는 저 뜨거운 영역에는 언어의 족쇄를 끊은 몸짓과 소리와 형상과 색채들로 저 봄 언덕 아지랑이들을 그려 내었다.

나는 그 수많은 그림들을 보고 싶다. 그 그림들을 통해 그들이 보았던 것을 함께 보고 싶다. 그러다가 간혹 축복된 순간들을 만난다. 어떤 마법의 손길이 나를 이끌어,침묵보다더 깊은 정적,암흑보다 더 짙은 색채의 나라를 보여준다. 저 깊은 곳에서 용암처럼 넘실대는 정열과 아픔, 그 절대의 고요 속에서 만져지는 나약함과 그리움...

그 뒤에 이어지는 인간에 대한 가 없는 연민과 사랑...

나를 이끈 이 마법의 손길은 언제나 음악을 타고서 다가왔다. 내가 그 손길에 익숙해지게 되었을 때, 그 손길은 때로는 그림 속에 숨어 있다 나타나고, 때로는 촘촘한 문자의 그물을 헤집고 나타나기도 했다. 참으로 축복 받았던 어느 시절에는,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의 모습에 그 손길이 닿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손길이 서로 맞잡는 것도 보았다.

음악을 듣는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음악 감상을 취미로 갖고 계신 모양이죠?"

이런 순간에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사는 것이 취미라면..물론 취미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참으로 충실히 산다면, 음악이 곧 삶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삶은 그리 충실하지 못하고, 여흥처럼, 습관으로 음악을 듣는 시간은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훨씬 많다.

그냥 빙그레 웃으면, 다들 그런 줄 알더라...^++++^

'Steppenwolf'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과 인간관계  (0) 2008.10.22
베에토벤의 스케르쪼와 아다지오  (0) 2008.10.22
르네쌍스 음악감상실의 추억  (0) 2008.10.22
가을 저녁의 시  (0) 2008.10.22
음치의 축복  (0) 2008.10.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