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in Fischer
(1886년 10월 6일- 1960년 1월 24일)
쇼팽 - Frederic Chopin
쇼팽의 전부인 F-minor 환상곡
그는 큰 집회나 시끄러운 공적인 장소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아무리 작은 자극에 대해서도 너무나 민감하게, 너무나 강렬하게 반응하였으므로 괴로운 느낌을 참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청중은 그의 연주에 가끔씩 밖에 공감하지 않았다. 화려한 피아노의 거장인 리스트가 소팽의 폴로네이즈를 연주하면 청중은 폭발적인 박수갈채로 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쇼팽은 그것을 그저 우울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사람들 앞에 몸을 드러내는 것은 귀족적인 그로서 고통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심각하고 아름다운 청년시절의 사랑(여류 작가 죠르쥬 상드에 대한 열애)을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친구 집에 초대될 때는 - 그런 때 그가 가져오라는 것은 부드러운 계란과 소량의 시금치였다 - 그가 향응을 받는 곳은 으례 조그만 별실이어야 했다. 거기에는 두개의 촉대가 얹혀 있는 아름다운 프레이엘 피아노(당시의 피아노 제조가 프레이엘이 만든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넓은 객실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그의 길고 말랐지만 아름다운 손이 바람처럼 건반위를 치달았다. 그러면 갑자기 서주의 울림 속에 폴란드의 우수와 프랑스의 기품이 혼연히 녹아든 마주르카 한 곡이 흘러 나오는 것이었다 - 한 없이 부드럽고, 한 없이 기품이 높은, 이제 주위의 모든 것은 그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리고 그는 오로지 눈부신 광휘와 개가 속에서 - 경이로운 판타지의 용감하고 고결한 빛 속에서, 그의 조국 폴란드를 지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식사의 손을 멈추고 있었다. 말소리도 그치고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3도음의 연습곡을 들어보기 바란다. 두껍게 쌓인 눈, 그 위를 미끄러져 가는 트로이카의 부드러운 방울소리, 말의 콧김, 그리고 왼손이 자아내는 수갑이 채여진 애국자의 창자를 여미는 가슴은 어떠랴.
혁명을 생각하게 하는 가단조 연습곡 속에 광막한 들판 위를 휘몰아치는 폭풍의 광경. 무지개 빛으로 물든 현란한 분산 광선이 넓은 건반 위에 흩뿌려지며 교차된다. 그리고 내림 나단조 소나타의 열에 뜬 환각 속에서 그가 그리는 생과 사와 그 자신의 생과 사의 광경은 또 어떤가.
젊은 시절에 이룩한 완성
분명히 그는 괴로와하고 있었고, 또 뭔지 모를 우울한 색조를 띤 독자적인 거장이었다. 쇼팽의 곡이 연주될 때 우리가 흔히 듣게 되는 저 용기의 결여나 나약한 조심스러움이나 공허한 센티멘털리즘 따위는 그 자신도 죽도록 싫어했을 지 모른다.
꼬르또의 연주를 들어 보기 바란다. 그는 쇼팽의 곡에 (페달을 쓰는 법에서까지도) 남성적 성격을 주는 데 성공하고 리듬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전광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영혼의 움직임을 본다. 그것은 오직 매우 민감한 사람의 마음에서만 나오는 그런 순간적인 움직임이다. 사실 방금 쇼팽의 눈은 사랑에, 아니 사랑에 빛나 있다가도 누가 조금 까다로운 눈초리만 보여도 금새 그의 마음은 상처를 받는다. 방금 그는 피가 흐를 것같은 자기 마음을 잠깐 드러내 보였는가 하면 벌써 다음 순간에는 기사적인 몸짓으로 돌아가 그것은 하찮은 농담이었노라고 말하는 모습이 된다.
그는 얼마나 뜨겁게 피아노를 사랑했는 지 모른다. 어느 아름다운 여인이 그의 악기가 받는 것같은 이해와 애무를 자기 애인으로부터 받는다면 다시 없는 행복감을 느끼리라. 그는 결코 악기의 능력에 넘는 것을 요구한 일이 없고, 악기 자체 속에 숨겨진 신비로운 아름다움만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울로스(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의 하프도 천사의 날개 소리도 그의 부름에 호응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F-minor 환상곡에서 그가 죽음으로의 첩경을 더욱 빨리 치닫는 것을 보고 놀라서 숨을 죽이게 된다. 또 그가 기력이 다하여 땅에 엎어지면서도 비극 위에 막이 내리기 전에 세번이나 다시 일어설 때 - 그 때 피아노는 다른 악기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 영혼의 마지막 빛을 나타낸다.
그도 역시 모짜르트나 마찬가지로 젊어서 완성을 이룬 사람이다. 그리하여 작품 속에서 하나의 자랑스런 영혼과 불타는 조국애와 아름다움에의 고결한 동경과 그 정수를 눈부신 색조와 형식 속에 생기있게 그려냈던 것이다.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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