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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주곡 II -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

Amadeus 2008. 10. 21. 13:26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 : 합주 협주곡]와 그 기원에 대하여

 

합주협주곡의 원조는 보통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 대표작인 '작품 6'(1714)의 12곡이 출판되기 약 100년 전인 1619년에 사실상의 합주협주곡이 성립되어 있었다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는데, 그것은 베네치아 악파의 우스펠 등의 작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다시 수십년을 거슬러 올라가,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사원의 좌우 2군의 합창단과 합주단이 대립하는 양식을 세운 빌레르트나 가브리엘리 등으,ㅣ 16세기중엽의 학풍에서 콘체르토 그로소의 먼 조상을 찾는 것도 부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편, 코렐리에 대한 더욱 직접적인 선구라고 생각되는 것으로 파리 궁정악단과 오케스트라에서의 륄리의 오케스트라곡이 있다. 륄리는 전합주와 트리오의 대비를 훌륭히 다루었다. 더 한층 적절한 선례로서는 코렐리나 토렐리와 같은 볼로냐 악파에 속하는 알렛산드로 스트라델라의 오페라나 신포니아(1680) 속에서, 오케스트라를 콘체르티노(소합주)와 콘체르토 그로소(대합주)로 이분하여, 그 대비의 효과를 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특징이다. 이렇게 하여 17세기 말엽에는 로렌쪼 그레고리의 '콘체르토 그로소' 작품 2(1698) 등을 필두로 출판된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코렐리의 '작품 6'은 출판 연대는 늦지만, 그의 합주협주곡이 적어도 1682년에는 연주되었다는 사실이 제자인 무파트의 말 가운데 있으며, 곡의 완성도라는 점에서도 이들을 이 양식의 원조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 코렐리 작품을 표준으로 '콘체르토 그로소' 성립의 경위를 생각해보면, 앞서 든 여러가지 요인 외에, 더욱 직접적으로는 당시의 실내악의 전형이었던 '트리오 소나타'를 모체로 하여 그것이 발생한 사실에 주목해야만 한다. 즉, 합주협주곡은 바이올린 두개에 통주저음(건반악기 포함)으로 된 실내악(콘체르티노)를 중심에 두고, 포르테가 있음직한 악구, 악절에서는 이것을 전합주(비올라, 콘트라바스 등 포함)를 겹쳐서 쓴다(콘체르토 그로소 또는 리피에노). 그리고 솔로의 대목에서는 전합주는 완전히 쉬거나 또는 단순히 화음을 연주하여 솔로를 받쳐줄 뿐으로, 솔로와 같을 정도로 중요한 모티프를 연주하여 솔로와 대항하는 일은 거의 없다. 즉, 여기서는 대립의 요소는 소합주 대 대합주에 의한 음색과 음량의 대비에 한정되고, 주제적인 소재의 면이나 연주 양식 면에서 솔로와 합주는 아직 선명한 대비를 보이는 데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형식면에서도 트리오 소나타의 2개의 형식인 '소나타 다 키에자(교회 소나타)'와 소나타 다 카메라(Sonata da camera : 실내 소나타, 무곡의 모음곡. 이 둘의 분리는 1650년 경으로 간주)의 영향을 전면적으로 받고 있으며, 콘체르토 다 키에자(실제로 교회 내에서 연주)와 콘체르토 다 카메라(귀족의 위안을 목적으로 연주)로 대별된다.

 

코렐리의 '작품 6'에서는 8번까지가 전자, 9번부터 12번까지가 후자의 형식인데, 어쨌든 형식면에서 절정기의 합주 협주곡은 창의성보다는 거의 전부 재래의 형식에 의존하였다.

이렇게 하여 제미니아니의 '작품 3', 로카텔리의 '작품 7', 비발디의 '작품 3-2', '작품 3-11', 핸델의 작품 번호 없는 곡집 등 다수의 합주협주곡이 탄생하였는데, 그 중 어느 것은 콘체르티노에 비올라를 보태기도 하고, 바이올린을 4개 더 불리기도 하고, 또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 1번처럼 관악기를 보태기도 하였는데, 콘체르티노는 통주저음을 포함한 실내악풍으로 독립될 수 있는 합주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비발디의 통주저음을 포함하지 않은 4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3-10' 등은 형태로 보면 이미 '솔로 콘체르토'와의 중간이며, 형식으로는 완전히 '솔로 콘체르토'의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3악장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제 합주협주곡으로 부르기에는 알맞지 않다.

 

한 때는 바로크 이전의 콘체르토는 모두 합주협주곡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퍼져 있었기 때문인지, 명백히 바이올린 독주의 콘체르토인 비발디의 '사계' 등등을 '합주협주곡(콘체르토 그로소) 사계'라고 부르는 모습이 해설서나 음반 자켓 등에 눈에 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발디 자신도 당시의 출판에서도 단순히 '콘체르토'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최근의 전집판이나 전문 학자들도 이를 따르는 것이 주류이다.

 

그러나, 이처럼 간단하게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시대를 약간 내려와 독일의 쿠반쯔에 이르면, '콘체르토 그로소'라는  이름은 '콘체르토 다 키에자'의 형식에, 단순한 '콘체르토'는 '콘체르토 다 카메라'의 3악장 형식의 작품에 붙이고 있으며, 텔레만에 이르러서는 바이올린 독주의 콘체르토를 '콘체르토 그로소'라고 이름붙이는 드문 경우도 있다는 것을 참작해야 한다.